2007년 6월 28일~7월 8일
[발걸음]
[필리핀-라구나] 빅토리아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배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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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nda! 필리핀어로 ‘예쁘다’는 말이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3시간 떨어진 라구나, 빅토리아 주민들은 시골 사람들답게, 흔히 볼 수 없는 한국인에게 연신 예쁘다고 외치며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평생 들을 ‘예쁘다’는 소리를 다 듣고 지낸 6개월 간 필리핀에서의 생활은 뜨거운 태양아래 ‘고됨’ 보다는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날들로 기억된다.
코피온 15기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나의 3단 이민가방에는 옷과 선글라스 대신 반창고, 연고, 소화제, 크레파스, 물과, 모기약이 가득 찼다. 새로운 ‘아떼(언니 또는 누나를 일컫는 말)’의 도착으로 흥분한 40명의 천사들과 만나 눈망울을 보면서 나는 딱히 어떤 느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 지프니(서민들의 교통수단)와 버스만이 가끔씩 다니는 휑한 시골 한 길거리에 위치한 ‘Bahay Tuluyan’이라는 NGO 센터는 그 모습 그대로가 자연이었다. 코코넛 열매가 달린 열대나무들이 울창하고, 우리나라처럼 논이 넓게 펼쳐진 시골 길. 밤이면 울어대는 박쥐와 시시때때로 등장하던 온갖 곤충들과 도마뱀까지. 적응은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가 옮을까봐 몸을 사리는 것도 단 2주,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먼저 껴안지 않을 수 없었다.
흩날리던 쌀과 이상한 요리도 어느덧 쓱쓱 비벼 손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누던 각자의 비밀 이야기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아픈 상처와 가난,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 아이들과 함께 울다 밤새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통틀어 그 어떤 교육보다 우리끼리 통하던 ‘수다’가 가장 큰 활동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 코코넛과 람부탄 등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떼, you like?”라는 서툰 영어로 언제나 씩 웃으며 물어보고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코코넛 열매 하나를 따 주던 아이들 덕에 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영어보다 필리핀어가 익숙한 아이들과 벽을 허물기 위해 간단한 생활용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가끔 싸울 때, 원인을 모르고 멍하니 있던 처음 한 달과는 달리 어느덧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달래줄 수 있게까지 발전했다. 여행 중에도 안 되는 필리핀어를 열심히 구사하려는 노력이 그들에게 ‘애교’로 통했는지 만나는 사람들과 편안한 대화를 시작하면서 필리핀이라는 나라의 깊숙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 마닐라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섬 민도로는 감탄할 수밖에 없는 천연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커다랗고 길게 이어진 V자 계곡 사이로 마치 인디아나 존스에나 나올 법한 야생 원숭이와 이구아나들을 만났던 팍상한 계곡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계곡까지 1시간이나 직접 노를 저어 우리를 안내하던 현지인들은 계곡보다 더 짠한 감동이었다. 일반 관광객들은 가보지 못했을 상파블로 호수.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타고 1시간가량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했다.
● 필리핀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작은 구멍가게나 음식점들의 위생 상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음식을 한 입도 입에 델 수 없다. 반면 비싼 레스토랑에서 일부의 필리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은 매력이 없다. 아이들과 즐겨먹던 평범한 음식들에 익숙해졌던 지라, 위생과 가격에 대한 부담 없이 필리핀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 Mahal kita, talaga(사랑해, 정말)! 이라고 수없이 외치던 6개월은 꿈같이 지나갔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아직도 빈곤층은 가족계획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결국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나와 큰 눈망울로 구걸을 한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번쯤은 보았을 거리의 아이들에게 나는 베풀기보다 배우고 돌아왔다.
감기가 걸린 나를 방으로 끌고 가 이불을 덮어주고 잠이 들 때까지 숨죽이고 지켜보던 그 영혼들을, 나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상처를 딛고 그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나의 천사들이 다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조기연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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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떠나는 살아있는 여행, 봉사활동
긴 방학 기간은 대학생이 갖는 엄청난 특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빈둥빈둥 놀기보다는 취업난을 앞두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방학을 보내느라 바빠진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빠듯한 방학동안 나와 한국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해외 봉사 활동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봉사 활동을 통해 분명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니, 장기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의미있었던 방학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점차 해외 봉사단을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으며, 해외 인터넷 청년 봉사단(kiv.kado.or.kr)처럼 국가 차원에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현지의 NGO들을 알아보고 직접 신청할 수도 있는데, 몇 가지 믿을만한 해외 활동 단체를 소개한다.
1 세계 청년 봉사단
사단법인 세계 청년 봉사단(KOPION, Korean Pioneers In Overseas NGOs, Inc.)은 지구촌 이웃 사랑과 봉사 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설립된 외교통상부 등록 비영리 민간 기관이다. 2005년부터는 국제 봉사 학습과 제3세계의 현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8개국 10여개 KOPION 협력 NGOs 및 비영리 기관에서 단기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 2회 총 400여명을 중국, 인도, 태국, 필리핀, 라오스, 러시아, 스리랑카 등으로 파견하며(상반기 4월 중순 모집, 7~8월 파견/ 하반기 10월초 모집, 이듬해 12~이듬해 2월 파견), 교육 봉사(한국어, 음악, 태권도, 영어 교육 등), 이벤트 봉사 (페스티벌, 미니 올림픽, 페이스페인트 등), 노력 봉사(벽화 작업, 집수리 보조, 환경 미화, 주변 정리 및 보수 작업), 문화 교류(현지 교육 기관 방문, 현지인 생활 체험(민박), 현지 NGO방문, 문화 탐방 등)의 활동을 한다.
문의 02-733-1390, camp@kopion.or.kr
2 국제 워크 캠프 기구
‘워크 캠프’는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 문화와 전통을 가진 여러 나라의 젊은이 약 10~15명이 2~3주간 ‘자원 봉사 활동’을 목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캠프 기구에서 각 워크 캠프와 지원자를 연결시켜 주고 있으며, 워크 캠프의 신청, 마감은 선착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적어도 개최일 한 달 전에는 신청하는 것이 좋다.
문의 02-568-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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