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개발을, 또 평화를-
지난 7월 8일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 유엔평화대학 토쉬힌 석좌교수(Dr. Toh Swee-Hin)의 강의가 ‘평화를 위한 개발’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Toh Swee-Hin 교수는 2000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수상자이며, 캐나다 및 호주에서 평화교육에 관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시고 필리핀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평화운동 및 평화교육에 힘쓰신 분이다.
현재 유엔 평화 대학 아시아 태평양 캠퍼스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강의가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현재, 우리 정부는 2010년 OECD DAC 가입, 2011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등 개발협력에 관한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 이슈들로 국내 여론을 장식하며, 신진 공여국으로써의 대한민국의 입지를 국내외적으로 굳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개발의 포괄적인 영역에서도 경제개발 및 ODA 분야에만 지나치게 치중하고, 인권, 평화, 지속 가능성, 민주적 거버넌스 등 다른 영역들과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부족하다.
사실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적개발원조 분야의 최종 목적은 각국 간 불평등과 빈곤을 없앰으로써 세계 전체가 분열 없이 평화를 이룩하는 것임을 인식할 때, Toh Swee-Hin 교수님의 강의 제목인 “평화를 위한 개발”은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은 다양했다. 평화 및 개발, 세계화에 대해 근본적인 호기심을 품고 온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및 현업 종사자까지 각자의 참여 목적은 서로 달랐으나, 강의를 듣는 두 시간 동안은 수강생 모두가 ‘개발 패러다임이 왜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향하는지’ 에 대한 주제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 Toh Swee-Hin 교수님 강의의 가장 큰 주제는 ‘개발(Development)’을 GNP, GNI 등의 수치로 일원화되는 경제 성장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이미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이며, 정치, 사회, 문화, 인권,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발의 범위를 확대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 패러다임을 정립할 때, 시민참여와 평등, 수원국에 대한 자율성 부여, 지속 가능성,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대목은 개발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나 성급한 개발정책의 수립은 오히려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 개발 등의 개념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개발 패러다임 정립의 필요성은 우리 정부에게도 현재 숙제이다.
교수님은 평화로운 사회를 전쟁의 종결, 정의와 연민, 인권의 증진, 다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 간 협력, 환경과의 조화, 평화를 지향하는 마인드 확립으로 정의하였다. 평화를 위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세부적인 활동 계획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도 중요하다. 허나 평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왜 우리가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이유에 대한 고찰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최종 목적에 대한 진지한 생각 없이 세부적 정책에만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나중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강의는 나, 우리, 국가, 지구촌의 최종목적인 ‘평화’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평화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Toh Swee-Hin 교수님과 이번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 코피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오경진(유엔평화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