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꾸준히 소리 없이… 기부하는 中企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김종섭(64) 삼익악기 회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이었던 1966년 겨울에 정신지체아동 보호시설로 봉사활동을 갔었다. 그는 아이들의 속옷을 모아 찬물에 빨던 여성 봉사자의 손이 거북이 등판처럼 갈라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김 회장은 ‘난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 차라리 돈 버는 재주를 살려 세탁기를 사 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각 업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 중에서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은 업체가 삼익악기였다. 1년 동안 기부한 액수는 5억9055만원으로 매출액인 989억원의 0.6%에 달했다. 2009년에도 매출액의 0.61%인 5억800만원을 기부했다.
삼익악기는 지난해 9월 서울의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에 2000만원 상당의 악기를 후원했다. 김 회장은 친분을 쌓은 음악가들에겐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 해외봉사단체인 ‘코피온’의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은 “돈을 벌고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왜 돈을 버는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잊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주방가구업체 넵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0.36%인 6억2208만원을 기부했다. 넵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매출액 대비 0.43%)과 2009년(매출액 대비 0.36%)에도 많은 기부를 했다. 2007년부터는 지역 아동센터 20여곳의 주방가구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사업을 펼쳤고 이곳 어린이들에게 교복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0.3%대를 넘은 중소기업에는 주방용품업체 락앤락(기부금 7억6493만원)과 보일러업체 귀뚜라미(7억9616만원), 제지업체 한솔제지(51억781만원)도 포함됐다. 락앤락은 낙후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자선교육을 담당하는 중국 희망공정재단에 지속적으로 기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귀뚜라미는 복지시설을 찾아가 가스시설 등을 점검·교체해주고 봉사 활동을 하는 ‘워밍업 코리아’를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2011.08.19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