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코피온이 희망하는 미래(중앙일보 사회면 기사)
등록 : 도우미, 등록일 : 2008년 10월 10일, 열람 : 16,827

“심은경 대사, 예산이 나를 외교관으로 키워 옛 사진 보며 눈물” [중앙일보]
         – 캐슬린 스티븐스, 33년 만에 예산중학교 방문-

1975년 9월 충남 예산군 예산읍내 예산중학교.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교정에 20대 초반 벽안(碧眼)의 미국인 여성이 들어섰다. 전교생 1000여 명은 운동장에 도열해 이 서양인 여성을 맞았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33년 전 평화봉사단 소속 영어교사로 근무했던 충남 예산중학교를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가 당시 제자였던 박찬일씨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씨는 현재 이 학교에서 과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로부터 33년 1개월이 지난 10월 8일 오후 이 학교 정문. 번호판에 ‘외교’라고 적힌 검은색 승용차에서 중년의 서양 여성이 내렸다. 33년 전처럼 학생 300여 명이 교문부터 본관 건물까지 50여m를 도열한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 여성을 맞았다.캐슬린 스티븐스(55)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예산중(교장 박종완)을 찾았다. 그는 당시 평화봉사단원으로 1년간 예산중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며 ‘심은경’이라는 한국명을 사용했다.검은색 치마 정장에 미색 카디건 차림의 그는 당시 제자로 모교에 근무 중인 박찬일(47) 교사와 교직원·학생들에게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박 교사에게 “키가 왜 이렇게 컸어”라고 말을 건넸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권영란(57·여·계룡시 용남중) 교사와는 포옹했다. “당시 동료 교사와 학생들이 도움을 줬다”며 권 교사를 포함, 강경희(56)·이순호(56)씨 등 당시 절친했던 여교사 3명의 이름을 부를 땐 감격에 겨운 듯 울먹였다. 박종완 교장은 “한국의 고향인 예산을 영원히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체육관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그는 “예산은 나를 외교관으로 만들었다”며 “외교관은 다른 문화와 사고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데, 예산에서의 1년은 외교관의 자질을 터득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75년 9월, 한국에 온 지 10주 만에 혼자 기차를 타고 예산에 도착해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예산중에 걸어서 출근했다”며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인사했는데,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영구적인 평화 구축, 비자 면제 프로그램 등 여러 사항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미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답사가 끝난 뒤에는 학생들과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2학년 김범중 학생이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하느냐”고 묻자 한국어로 “하면 된다. 자신 있게 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환영 행사 뒤엔 후배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는 교실에서 영어 수업과 태권도 시범도 참관했다. 33년 전 동료 교사와 함께 교정과 대천해수욕장·부여 등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는 슬라이드쇼 시간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스티븐스 대사는 김동국 예산교육장으로부터 ‘명예 충남교사’ 위촉장을 받고 백과사전과 미국을 소개하는 도서 123권을 학교에 기증했다.이에 앞서 오전엔 예산군청을 방문, 방명록에 ‘주한 미국대사 심은경’이라고 한글로 썼다. 최승우 예산군수로부터 목제 항아리와 75년 당시 예산중의 전경을 담은 그림을 선물받은 뒤 “당시 모습과 똑같다. 관저에 걸어 놓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예전에 살었던 예산읍 예산리 하숙집터를 찾아 하숙집 가족 황규윤(45)씨 등 3명과 재회의 시간도 가졌다. 스티븐스 대사는 9일 옛 제자·동료 교사들과 인근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을 등산하며 재회의 정을 나눈 뒤 오후 귀경한다.

예산=김방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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