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문제의 이해” 강의 후기 –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꽃, 나무, 바람, 물 그리고 사람 속에는 자신만의 향기가 있다. 국장님을 처음 뵈었을 때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맡았다. 눈빛, 손짓, 말투,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 향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일같이 활동적인 업무로 인해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실 텐데도 마음만은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내가 본 국장님은 꿈과 열정을 가진 행복한 환경활동가였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본인 소개와 함께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셨다. 특별히, 미군기지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지하수, 토양 등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했었던 활동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설레던 우리들을 위해 국장님은 또 하나의 엄청난 선물을 가져오셨다. 2시간 강의를 위해 PPT를 무려 70여장을 준비해 오신 것이다. 이 많은 자료를 어떻게 제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주고자 노력하신 국장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1부 기후변화와 우리의 대안
첫 강의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해서, 그에 따른 우리의 대안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국장님은 많은 짐을 실은 수레에 당나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현재 지구의 모습이 이 당나귀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구가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됨에 따라 발생 된 기후변화에 대하여 강의하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도시권에 살아서 그런지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난 세월을 돌이켜봤을 때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각의 계절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고, 담양에나 있을법한 대나무가 주변에서 자라고 있으며, 사시사철 푸르러야 하는 소나무가 제 빛을 잃었고, 사과나무에 맺힌 사과가 제법 단맛을 냈으며 도시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어 대다수의 곤충들이 자취를 감췄다.
국장님의 강의의 모든 내용들이 하나같이 흥미롭고 중요해서 어느 한 부분도 놓칠 수 없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부분은 한반도의 기후변화 현상, 100년 뒤 지구의 모습, 전력공급의 진실, 에너지 자립 마을이었다.
한반도는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기온 상승과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대구에서는 이제 사과를 볼 수 없게 됐고, 제주도는 귤 대신에 열대과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겨울이면 어김없이 집 앞에 쌓이던 눈도 아스팔트를 미끄럽게 만들던 두꺼운 얼음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빠른 환경의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국 중 9위에 걸맞게 1년에 1인당 1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히 충격적이었다. 만약에 5천만 국민이 내게 뜨거운 입김을 1년에 12톤씩 내뿜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기 싫다.
국장님은 기온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설명해주셨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양서류의 멸종, 산호의 백화현상, 물 부족, 식량 부족, 각종 자연재해, 알레르기, 전염병 발병 등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SBS에서는 스페셜로 ‘최악의 시나리오 1부 바이러스의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반영했다. 내용 중에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단순히 주변 환경이 변화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치명적인 의협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생산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백신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동시다발적으로 질병들이 발생한다면 손도 채 써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고. 그 상태로 가다간 100년 뒤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 될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국장님의 한 말씀……. “전기요금 인상돼도 화내지 마세요.”
강의를 들으면서 “아~내가 전기를 쓸데없이 펑펑 쓰고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방에 있는 온갖 전자기기들은 전기를 빨아먹고 있다. 이렇게 꼬박 한 달을 써도 나오는 전기요금은 한두 끼의 점심값 정도. 국장님이 주신 자료를 보면 국가별 인구 1인당 전력소비량이 우리나라가 가장 놓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 원인으로 공급중심의 에너지 정책, 수요관리 부재, 낮은 전기요금, 심야전력제도의 도입을 꼽으셨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가 중앙집중식이라는 것이었다. 전혀 몰랐었다. 전국의 발전소에서 수도권일대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송전탑이 4만 여개가 된다고 하셨을 때도 깜짝 놀랐다. 게다가 앞으로의 전력수급 계획은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증가시킨다는 것인데 처리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30여개를 더 짓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 생각된다. 국장님 말씀대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화내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지금보다 더 아껴서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적 측면에 대해서는 에너지 자립 마을을 소개해주셨다.
오스트리아의 국경도시인 ‘무레크’는 세계최초의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고 한다. 이 도시는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지역난방 회사, 바이오가스 발전시설, 열병합 시설을 운영하는 원료로 폐식용유, 잡목 축산분뇨, 옥수숫대를 사용하는데, 유채 씨에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돼지사료로 쓰고, 돼지 똥으로 메탄을 만들어서 발전을 하고, 남은 액비는 고스란히 다시 밭에 뿌려 유채를 키우는 물질순환이 온전히 이뤄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석유 가격이 급등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강원도의 에너지 자립도가 28%로 전국에서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오랫동안 준비해온 ‘무레크’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특별히, 수도권지역에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도권 지역이 어느 정도의 자립도만 갖는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빠른 시간 안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야겠지만, 특히 야근문화, 교통문화 등 우리나라 특유의 삶의 방식이 변화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제2부 도시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강의는 기후변화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현재 여러 나라들은 학교 기후변화 교육, 에너지 카페, 절전소, 저탄소 주택, 에너지 자립마을, 태양광 주택, 무인자전거 대여, 혼잡 통행료, 자연 친화적 연료 등의 대안을 내놓고 실행 중에 있다고 한다. 그중에 특별히 인상 깊게 들었던 사례는 ‘런던시의 혼잡 통행료’ 대안이었다.
현재 영국 런던 시에서는 시내에 차량이 진입할 시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한다. 진입 비용은 9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6000원 정도이다. 이것은 진입했을 때의 비용이고, 그 외에도 과태료 문제가 발생하여 결과적으로는 하루에 약 50000원 정도의 비용이 부과 된다고 한다. 부과되는 비용은 과하지만 결과를 보게 되면 교통량은 18%정도 줄고, 정체량도 30%정도 줄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도 보다 향상된 교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서울시에서 남산 1호, 3호 터널 이용자에게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명칭만 혼잡통행료지 실제로는 터널이용료이고, 우회하면 통행료를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혼잡통행료는 아닌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가용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조세의 부과를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 예로 작년에 서울시에서 백화점 등 주요시설 출입 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큰 반발로 인해 백지화가 됐다. 이런 사례가 보여주듯이 국장님께서는 제도가 마련되기 위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동의하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에 자가용 없이도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3부 불편한 진실
진정한 녹색의 의미는 무엇일까? 제일 먼저 궁금해진 것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녹색성장이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대략 요약해보면, 녹색성장은 탄소발생을 줄이고 환경까지 보호하는, 친환경기술을 개발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녹색성장이 맞는지 긴가민가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시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모든 사업에 수식어처럼 붙는 녹색, 친환경, 저탄소와 같은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와 관련해서 ‘녹색성장의 유혹’의 저자 스탠콕스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녹색이 아닌, 그저 녹색으로 겉치장된 산업 확장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즉, 콘크리트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환경을 파괴 시키는 주범이 된다고 본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경제규모를 축소시키고,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계속 발전을 중시하고 성장만을 이루려고 하는 체제이다 보니 유일한 해법으로는 경제를 축소시키고 자본주의를 포기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장’을 포기하고 진정한 ‘녹색’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좀 극단적인 의견이란 생각은 들지만, 일리는 있다. 왜냐하면 현재 국가가 추구하는 녹색은 녹색을 위한 녹색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녹색이기 때문이다.
국장님은 강의를 마친 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모두에게 과제로 내주셨고, 그 이후로 줄곧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으나, 아직 내가 원하는 답을 찾진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필드에서 활동하시는 분께 강의를 들으니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강의를 해주신 이유진 국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강의를 준비해주신 송신혜 팀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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