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6년 3월 6일
달콤한 허니문 대신 내전중인 네팔로 4개월간 봉사활동을 떠난 부부가 있다. 이승복(29)씨와 이정여(26)씨는 지난 3월 초, 네팔 카트만두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봉사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신랑과 그의 뜻을 따라 첫 해외여행 길에 오른 신부는 가난한 히말라야 땅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힘들고 불편한 생활은 사랑도 거추장스럽게 만들고, 인성도 시험에 들게 한다. 16일 밤 11시40분에 방송되는 한국방송 1텔레비전 〈수요기획-빌바둘과 버선띠의 아주 특별한 신혼여행〉에서는 이들 부부의 값진 시간을 담았다.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버클리 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이승복씨는 대학시절부터 무료급식을 돕는 등 자원봉사를 하다가 1999년 미국 평화봉사단에 지원해 2년간 네팔 오지에서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한국에 올 때마다 수해지역과 사회복지관 등에서도 봉사활동을 계속해온 그는 피아노 레슨을 하는 이정여씨와는 친구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네팔로 떠나는 신혼여행은 이승복씨의 제안. 그에게 2년간 생활했던 네팔은 제3의 고향이었다. 그래서 결혼한 지 일주일 만에 배낭을 꾸리고 네팔 카트만두로 날아와 신혼방을 마련했다. 집주인이 붙여준 ‘용감하고, 힘있는’이란 뜻인 빌바둘과 ‘봄’이란 뜻의 버선띠가 그들의 새 이름이 되었다.
네팔에서의 봉사활동이 두번째인 빌바둘은 난민지원단체 오켄덴의 사무실에서 각종 서류작업을 하고, 버선띠는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시더블유디시(CWDC)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버선띠는 수시로 끊어지는 전기와 부족한 물로 설사병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낯선 환경의 불편한 생활은 신혼 초의 부부도 티격태격하게 만든다. 하지만 버선띠도 세계청년봉사단에 직접 제안한 문맹교실 수업이 승인을 얻고 실행되는 기쁨을 얻으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장혜영 피디는 “두 사람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원에서 국제개발에 관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