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도 오지 해외봉사자들의 생활 ④ – 5기 인도 김동훈
등록 : 도우미, 등록일 : 2008년 7월 3일, 열람 : 16,370

 


 


제민일보 · 불교정보센터 – KOPION 5기 인도 JTS 김동훈


 


 


 인도의 최극빈지역 전정각산. 그 곳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우리가 도움을 주고 있는 인도천민들이 아니라 그들을 돕는다고 알짱거리고 있는 우리 한국인 자원봉사자들 자신이다. 갑작스런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단정적인 표현은 사실 그 곳 사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구호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초보적인 실수의 하나가 우월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돕는 입장에 서 있고 이것은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숭고한 일이기도 하다는 자기류의 생각이 무의식에 있고, 또한 현장에서는 실제로도 무식할대로 무식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어보이는 문맹의 무기력자들을 상대하고 있어서 경험적으로 그런 우월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젊은이들이 국제구호사업이나 해외봉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UN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참으로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분쟁지역이나 오지에 가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인생에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부여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이 항상 보이는 대로 좋은 것만도 아닌 것이다. 많은 국제기구들이 행하는 구호사업들은 그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흔히 말하는 관료주의에 빠지거나 조직이 경직되어 실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외형적인 상황만을 개선하여 실적만 올리고 지역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생각과는 달리 현장에서 일하는 것과 거리가 멀게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와 서류, 전화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게 폼 날 것 같은 국제기구들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자원봉사에 참가하려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식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그 잣대로 현지인들을 평가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그들을 대하려고 하는 경향들이 많으며 진정으로 현지인들에게 도움되는 일보다는 자신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고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해외자원봉사의 숭고함은 현장의 치열함에 비해 너무 낭만적으로만 비춰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그 곳 전정각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따져보자면 이 지역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은 한국사람들이지만 가장 불행해하는 사람도 역시 한국 사람들이다.


 


 JTS의 인도 스태프들이 한국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큰 불만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쉽게 화를 낸다는 것이다. 전혀 짜증을 낼 일도 아닌데 일이 안되면 화부터 내서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조급성은 인도인이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운 현상인 듯 하다. 우리와 같이 일하는 인도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가 아니고 ‘빨리빨리!’인 것만 보아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편한 문명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전기·전화·수도도 안 들어 오고 더운 것으로 말하자면 녹아버릴 듯 하고 음식은 정말 찐하게 우리 입맛에 안 맞는 그 곳 생활은 좀처럼 행복감을 찾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가 불행하다고 여겨 도와주고 있는 그 곳 천민사람들이 고통을 자기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앎으로써 더 행복해하고 있다.


 


 고통은 원래 자기에게 와서는 안 되는 것이고 자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힘들게 된다고 생각하는 문명인들의 생각은 더욱더 자신을 불행에 빠뜨릴 뿐이다. 이렇게 고통을 존재의 자연스런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 그 곳에서 필자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은 큰 깨달음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래도,스위치를 누르면 형광등이 켜지고, 세탁기에 집어넣기만 하면 빨래가 자동으로 되고, 컵만 대면 찬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있는 그런 곳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그런 것들은 ‘편리’가 아니고 차라리 ‘감동’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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