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도 오지 해외봉사자들의 생활 ① – 5기 인도 김동훈
등록 : 도우미, 등록일 : 2008년 7월 3일, 열람 : 15,819

 


 


제민일보 · 불교정보센터 – KOPION 5기 인도 JTS 김동훈


 


 


 인도둥게스와리의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가 지난 6월 귀국하여 현재 사단법인‘우리는 선우’의 기획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동훈님의 해외자원봉사자 활동이야기를 총 10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본 내용의 일부는 <제민일보>에 연재되었던 것임을 밝힙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열독을 바랍니다. 불교정보센터 연재를 시작하며…


 


 ‘전정각산(前正覺山)’, 석존께서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 고행하셨다는 곳이다. 옛날엔 화장을 할 만한 여력도 없던 천민들이 시체를 내다버리던‘시타림’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도 가장 낮은 불가촉천민들의 모여사는 곳으로 변해 있다. 전정각산 주위로 100미터만 나가도 물이 나오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 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불가촉천민들은 바로 산 밑 우물을 파면 뿌연 물이 나오고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척박한 황토 위에 밀려나 살고 있다. 여름이면 온통 돌산인 전정각산이 내뿜는 열기로 그 곳은 다른 곳보다 더 덥기 일쑤이다.


 


 그 곳에 2년을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석가모니는 ‘독종’임에 분명하다고… 이런 동네에서 그 수많은 세월을 고행을 했다고 하니 독종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데서 버틸 수가 있겠는가…


 


 어떤 이들은 부처님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그 곳을 보고 매번 새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당장 몸부터 고달픈 생각에 매번 시원한 냉수 한 그릇과 고기 한 번 제대로 실컷 먹어봤으면 하는 단순한 바램이 많았던 필자에게는 부처의 고행은 경이로움은 커녕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 곳에서 보낸 세월이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20대의 마지막과 30대의 시작을 다 보낸데다 내 자신이 변화됨을 느끼며 돌아왔으니 주위에서 필자는 가장 인상적인 청춘을 보낸 사람 중의 하나이리라. 지금은 다시 돌아와서 한국. 서울에 있다. 그곳을 떠난 아쉬운 마음이 있어 다시 그곳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 글들에서는 전정각산 밑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생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생활이 미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미화된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필자의 표현이 과장된 것이라기 보다는 단지 한국에서 사는 우리의 물질적 삶이 실제 필요 이상으로 너무 풍요롭기 때문이라는데 더 큰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편리함을 위해서 낭비와 착취를 마다않는 우리네 삶의 방식은 거기서 벗어나보기 전에는 그 무리함을 잘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1. JTS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실무자를 포함하여 인도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두 자기가 돈내고 스스로 그 곳에 와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뜻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런 경제적 보상 없이 이 일을 계속해나간다.


 


 상식에서 벗어날 것 같은 이 무모하기까지 한 자원봉사에는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서울에 있는 JTS 사무국에는 인도로 가기 위해 자원봉사를 신청한 사람들이 소정의 훈련과정을 거치고 있고 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JTS를 통해서 인도로 파견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단 3일 동안 일만배를 해야 한다. 불교적 전통을 중시하는 JTS는 지원자로 하여금 3일동안 만 번 절하게 함으로써 자기를 낮추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만 번 절하기 위해서는 3일 동안 밥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계속 절만 해야 한다. 중간에 무릎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으로 포기하기도 하지만 만 배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만 배의 통과의례를 거치게 되면 인도 현지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무난하게 극복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만 배를 통과하게 되면 21일 동안 JTS 사무국이 있는 정토회관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 공동체 생활은 모든 주어진 일(주로 궂은 일)들을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해내는 것으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연습하는 셈이다. 실제로 정토회의 공동체 생활의 엄격함은 예비출가자들의 행자생활에 견줄 만 하다고 한다. 이렇게 만배와 21일의 합숙생활을 무사히 끝마치면 인도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인도로 가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전화는 하루에 기본으로 2통씩은 오는데 실제로 인도까지 가게 되는 사람은 한 달에 두 명이 될까 말까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인도는 결코 낭만적인 생활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오리엔테이션으로 역시 일주일간은 궂은 일만 하게 되고 그 후에 자신의 고유업무를 배정받는다. 그러나 고유업무를 받는다 하더라도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그러나 집에서는 해보지 않았을,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은 인도를 떠나는 순간까지 자원봉사자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여자라고 해서 힘든 일에 특별히 봐주는 경우도 없으며 대신 남자들이라고 부엌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정각산에서의 봉사경험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자신들의 나이에 비해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받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았다는데서 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처럼 인도에 온 지 1년 만에 자원봉사자 11명과 의사 8명을 책임져야 하는 병원장의 위치가 된다던가, 마찬가지로 인부 50명을 감독하며 수천만원 상당의 자재를 관리해야 하는 공사장 책임을 실무자가 아닌 일반 자원봉사자가 맡게 된다던가, 새로 개원될 직업훈련센터의 3년 간 커리큘럼을 자원봉사자 자신의 생각으로 짜내야 한다든가, 또는 온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축구대회를 하기 위해 마을마다 축구팀을 조직하게 하고, 훈련을 시키고, 경기장을 만들고, 심판을 보고, 모든 경기와 시상식까지 진행하는 조직위원장 역할을 자원봉사자가 하게 된다던가 하는 등이다.


 


 전정각산에서의 경험 수준이 독특하다는 것은 다른 국제워크캠프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생들은 ‘국제워크캠프’라고 불리는 단기 해외봉사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 시험을 보고 만만치 않은 참가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국제워크캠프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공동노동을 함으로써 현지인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들끼리는 문화교류를 통해 국제이해를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전정각산의 자원봉사자들은 국제워크캠프에 참가하는게 아니라 국제워크캠프를 조직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자신이 한번도 캠프에 참가해보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내와야만 하는 것이다. 같은 국제워크캠프를 하더라도 느끼는 책임감과 경험의 수준은 다른 것이다. 같은 나이대에서 이렇게 자신의 쓰임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강렬한 체험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그 곳을 오려 하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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