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도 오지 해외봉사자들의 생활 ⑦ – 5기 인도 김동훈
등록 : 도우미, 등록일 : 2008년 7월 3일, 열람 : 14,622

 


 


제민일보 · 불교정보센터 – KOPION 5기 인도 JTS 김동훈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에서 새로 왔을 때 이 곳 전정각산에서 적응해야 하는 상황들은 대개가 비슷하다. 열악한 생활환경이라는 것은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귀에 익게 들어왔고 실제 이 곳에 와보더라도 이 것 저 것 선택할 여지없이 그저 주어진 상황에만 적응할 수 밖에 없는 생활환경이 주어져 있다. 스위치 눌러봐야 전기는 들어오지 않으며 건물 밖으로 나가봐야 군것질만한 구멍가게 하나 없다. 빨래도 직접 본인들이 해야하고 밥도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기존의 편리하던 생활습관을 버릴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에도 적응해나가야 한다. 우선 손으로 밥 먹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비위생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손으로 밥먹는 행위는 인도에서 하나의 문화에 속한다. 최소한 인도사람들의 밥 먹는 문화 속에는 우리나라처럼 만들 땐 손으로 만들고 먹을 때는 수저로 먹는 비일관성(?)은 없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손으로 먹는 인도사람들을 지저분하다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사람들도 쌈 싸먹을 때는 손으로 직접 먹지 않던가. 같은 음식이라도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와 손으로 직접 먹을 때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마 직접 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모를 것이다.


 


 그렇다쳐도 한국에서는 정말 그것을 시도해 볼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어쨋든 음식의 맛을 최대한 향유하면서 먹을 수 있고 편리하기도 한 게 손으로 직접 먹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손으로 밥을 먹는데 익숙해져 있을 때쯤이면 이 곳의 자원봉사자들은 이미 지극히 친환경적인(?) 숙박문화에도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JTS는 지난 10여년의 사업을 통해서 건물 하나만큼은 잘 지어 놓은 편이라서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도 2-3인당 방 1개씩을 배정해 주고 있다. 수공으로 제작한 나무 침대 위에서 잘 수 있는 호강까지 하는데 그런 방에서는 단지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만이 자는게 아니라, 보면 볼수록 너무 귀여운 쥐새끼(인도의 쥐들은 품종이 다른지 대개나 너무 작다)들과 한국에선 언제 보았을까 싶은 두꺼비들, 매양 창가와 천장을 붙어다니며 사는 사람 손가락만한 도마뱀들이 함께 기거하고, 재수가 좋은 방에서는 새까만 개미군단을 친구 삼아 지낼 수도 있다. 이 동물의 세계 친구들은 어찌나 대담한지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침대 위에 누워 책을 읽고 있으면 침대의 반대쪽 끝에 올라와 빤히 필자를 쳐다보는 쬐그만 쥐선생을 보면 기가막히다 못해 정다운 감이 든다. 우기 때 출몰하는 두꺼비들은 방안을 움직일 때도 복도를 지나다닐 때도 밟지 않게 될까 조심해야 한다. 손으로 꾹꾹 건들어보면서 장난치는 것도 너무 많은 두꺼비 앞에서는 금방 싫증나기 일쑤이다.


 


 이렇게 동물의 왕국에도 익숙해질 때쯤이면 우리의 자원봉사자들은 맨발로 다니는 데에도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인도의 문화는 우리와는 정반대라 신성한 장소나 중요한 장소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맨발로 들어간다. 신전이나 법당은 물론이고 집안에서도(집안 바닥은 전부 흙으로 되어 있다) 맨발이고 의사진료실이나 교실에도 그런 규정이 없음에도 맨발로 들어간다.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상관없으며 그들은 그런 식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걱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국인 자원봉사자들도 이런 것에 곧 익숙해지게 된다. 원체 더러운 바닥인데 자신도 맨발로 다니기 위해서는 항상 깨끗이 청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집에서는 어머니들에게나 맡겨 놓았을 청소일인데 자원봉사자들이 여기 와서는 매일 걸레를 들고 바닥청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맨발로 지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러고 보면 양말로 자신의 발을 가리고 다니는 우리가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인도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깨끗하게 사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맨발의 문화에도 익숙해지고 나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생활에도 익숙해져 간다. 마을전체에 안들어오는 전기가 우리에게만 들어올리는 없고 정말 농촌적인 시간관념을 가지며 살아야 한다.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잠자리에 드는, 그래서 새벽 4시에는 일어나고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문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 촛불만 가지고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자원봉사자들이야 저녁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기에 인도에 오기 전부터 저녁시간에는 주로 부족한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들을 주로 하지만 2년 가까운 현지생활동안 단 한명도 그 영어공부를 한 달 이상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디 세상일이 의지만으로 된다던가. 사람들은 서서히 그렇게 인도의 오지 전정각산의 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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