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극동러시아 인구 감소, 동북아 공동의 문제”
등록 : 도우미, 등록일 : 2008년 7월 3일, 열람 : 17,638

머니투데이 2006년 11월 29일자

“극동러시아 인구 감소, 동북아 공동의 문제”

러시아 동포 이주지원책 알리러 방한 아브제예브 연해주 지역개발센터장

1999년 이래 6.7%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면서도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특히, 연해주 등 극동러시아에선 기존 인구는 급감하고 중국인 이주가 늘면서 ‘중국이 극동러시아를 접수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6월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외에 살고 있는 러시아 동포의 이주를 적극 지원하자는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28일 방한한 유리 아브제예브 러시아 연해주청 지역개발센터장의 임무는 러시아 해외동포의 연해주 이주 지원 프로그램을 올해 말까지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러시아 동포가 많은 중앙아시아, 유럽이 아니라 한국으로 건너왔을까? 러시아 정부의 해외동포 이주 정책과 한국 민간에서 추진하는 고려인의 연해주 농업정착 캠페인 사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함이다.

지난 7월 출범한 ‘고려인 희망캠페인 본부’는 러시아로 재이주한 고려인들이 생활터전을 다질 수 있도록 영농자금, 거주주택, 자연농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그는 한국의 외교통상부, 국회 한민족평화네트워크를 방문하고 제주도의 자연농업 현장을 둘러보면서 러시아 정부 정책과 한국 민간 운동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연해주청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0만명의 고려인을 연해주로 재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해외동포 이주지원 정책을 보자. 지원은 파격적이다. 우선, 이주를 희망하는 해외동포에겐 항공료, 기차, 이삿짐 운반비 등 이주비 전액이 지원된다. 6개월 생활비도 지급된다. 그외 러시아어와 직업 교육, 인터넷, 체신 등 러시아 정착을 위한 기본 서비스도 제공된다.

러시아 해외동포의 범위에 대한 규정은 관대하다. ‘러시아 문화와 전통 속에서 자랐고,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알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옛 소련 연방국 사람들이면 대부분 속한다.

문제는 옛 소련 연방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발적으로 러시아로 돌아오려 하는 동포가 별로 없다는 데에 있다.

그가 지난 10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 대표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미 경제적으로 정착한 상태에서 누가 생활 기반을 러시아로 옮기겠냐고 했던 것이다.

러시아 연해주청과 고려인희망캠페인본부가 주목하는 건 중앙아시아의 가난한 고려인 계층이다. 현지에서 생활 기반을 닦는 데에 실패한 고려인들에겐 러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 민간의 지원이 들어오는 연해주는 새 출발의 기회를 주는 땅이 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에겐 일제 침략기 연해주에서 독립운동가 양성과 자금원 역할을 하다가 1937년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집단 이주 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당시 강제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진 고려인 수는 18만명에서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제 그들을 몰아냈던 러시아 극동 지역은 극심한 인구 감소로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 지역의 인구는 1991년 810만명에서 지금은 65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무려 160만명이 감소했다. 러시아 전체 인구는 1억4270만명으로, 1993년보다 1120만명이 감소했다.

그는 이러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극동러시아 바로 아래에 자리 잡은 중국 동북3성 인구가 급팽창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1평방㎞ 당 인구수가 극동러시아가 단 1명인데 반해 동북3성은 260명에 이른다.

게다가 생활을 위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밀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100여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으로 러시아시민권을 따낸 중국인만 해도 25만여명에 이른다.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러시아는 1860년 중러조약으로 연해주를 중국으로부터 할양했다.

따라서 원래 연해주민이었던 고려인의 재이주 사업은 러시아 정부로선 역사적 명분과 지정학적 실리를 함께 취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극동러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자본 투자도 필요하지만 인력 투자도 필요합니다. 동북아 이웃으로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고려인 희망캠페인 본부는 2007년, 러시아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70세대를 연해주로 재이주시키는 프로그램을 MBC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 본부에는 동북아평화연대와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가게, 자연농업연구소, 세계청년봉사단, 노블하우스, 머니투데이가 참여하고 있다.

이경숙기자 k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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