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청소년 동아리 활동 – 국회 기후변화포럼 녹색기후상 받은 ‘누리랑’

“지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하는 산림이 파괴돼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재생종이로 만든 연습장을 사용하면 100권당 30년 자란 나무 한 그루를 살릴 수 있답니다.”

17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원봉사센터. 어두컴컴한 실내에 설치된 스크린 속에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도네시아 산림이 파괴돼 삶의 터전을 잃은 오랑우탄의 모습이 흘렀다. 영화를 보고 있던 140여 명의 학생 앞에 유준호(경기 과천외고 3)군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유군은 이날 환경영화제를 주최한 ‘누리랑’의 회장이다.

누리랑은 중·고생 연합 환경동아리다.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던 유군이 2009년 2월 친구와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직접 권유하거나 인터넷 카페 활동을 통해 17개가 넘는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더니 이제는 회원 수가 100여 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꾸준히 환경보호와 나눔 활동을 해온 덕분에 누리랑은 9일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녹색기후상에서 우수상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재생 종이로 만든 연습장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누리랑 회원들. 연습장 표지도 이들이 직접 꾸몄다. [김진원 기자]

재생종이로 만든 연습장 판매는 누리랑의 대표적 활동이다. 회원들은 재생지를 공장에 맡겨 스프링 제본을 하고 표지를 직접 꾸민다. 판매 수익은 제3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코피온’에 기부한다. 이들은 주말에 모여 서울 대학로·홍대, 경기도 분당 일대 지하철역 근처에서 행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재생지 연습장을 판매한다. 김규리(경기 이현중 졸)양은 “가끔 길에서 연습장을 팔다 행인들에게 잡상인 취급을 받을 때가 있다”며 “그럴 땐 정말 속상하지만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웃어 넘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아자 나눔장터, 하이서울페스티벌 에코마켓 등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뚝섬에서 열리는 아름다운가게 중고장터에도 정기적으로 나가 중고 책을 판매하고 사람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도 알린다. 책은 회원들의 친구나 친척·지인들에게서 기증을 받는다. 김승연(경기 이현중 졸)양은 “중고장터에서 얻은 수익금을 기부해 또 다른 좋은 일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길거리나 구청에서 유치원생이나 초등생을 대상으로 재생종이 만들기 체험을 열기도 한다. 폐지를 물에 불려 믹서에 간 뒤 치자와 쑥 같은 천연 재료를 넣고 물을 들여 종이 만드는 틀에 넣고 재생종이를 만든다. 체험 진행과 재료 준비 모두 회원들이 직접 한다. 방학에는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환경영화를 상영하고 재생종이 연습장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