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6년 12월 11일자
▲ “말은 달라도 마음으로 통해요” 봉사팀 막내 유찬미(15)양이 라움군과 종이를 말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신짜오.” 베트남 아이들이 봉사팀원들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호기심 어린 눈망울이 봉사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넣어주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가 주최하고 세계청년봉사단 주관으로 청소년들이 베트남 북부 하떠이성 바비현 사회복지센터 고아원을 찾았다. 국내에서 꾸준히 봉사한 학생, 봉사가 처음인 학생 등 각자 다른 동기로 모인 청소년들이 소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한국어, 태권도, 미술, 영어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팀원들은 첫날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실제 현장 속으로 들어온 팀원들의 첫날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동심으로 돌아가자 조금씩 소통이 이루어졌다. 언어란 단지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이 될 수 없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자 아이들과 팀원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뭉쳐졌다.
▲ “이게 한글이야~ 얘들아 신기하지” 수능을 마치자 마자 봉사팀에 합류한 노서현(19)양이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수능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했던 노양은 쾌활하고 맑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로 잡았다.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한 장재욱(24)씨는 반신반의하던 마음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팀원들을 이끌고 고아원을 찾은 안훈 간사(28·세계청년봉사단)는 “한국의 아이들이나 베트남의 아이들을 ‘우리’라는 확대된 울타리로 들여다보면 모두가 똑같은 가족”이라며 “국내와 저개발 국가에서의 봉사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 어느새 하나 국내봉사와 해외봉사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하던 민지희(19)양이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봉사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고 말했다.
피부가 짓물러 고통스러워하는 고아원 영아를 돌보며 울먹이던 승연(16),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운 지은(19), 태권도 태극 1장만이라도 완벽하게 가르쳐 함께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던 민상(24) 등 모든 팀원들이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봉사 기간 중 고아원을 찾아 사탕을 나눠주고 사진을 찍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분개하는 팀원들의 모습에서 떠나기 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던 마음이 아이들에게 조금씩 전해지고 있었다. 이번 봉사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봉사의 시작이 되기를 원했던 안간사의 마음이 팀원들에게 전해지자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지고 찾은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단원들은 어느새 하나의 꿈을 꾸고 있었다.
▲ 아픔을 깨자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팀원들을 하나의 목표 아래로 이끈 팀장 이홍성(23)군이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 이별의 눈물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이지 말자고 다미했건만 아이들의 눈물 앞에 굳은 다짐은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