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6년 12월 22일자
한국 청소년들, 인도 장애아동들에 `큰 봉사` `말 안 통해도 따뜻한 눈빛 통했어요`
▲ 봉사팀 막내 김수미 양(15.서울 개웅중3.(左))이 20일 인도의 청각장애아동학교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원낙연 기자
20일 인도 서벵골주 방얼 지역의 청각장애아동학교의 작은 교실. 우리나라 청소년 봉사팀 15명이 48명의 현지 청각장애아동과 어울려 ‘수업’을 하고 있었다. 현지 어린이들과 조를 이뤄 벵골어(방글라)로 각자의 이름표를 함께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크레파스와 형형색색 스티커로 이름표를 만들자 뭔가가 통한 듯 서로 손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봉사팀으로 이곳에 온 김수미(15.서울 개웅중3)양은 “교실이 작고 어두웠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 밝다”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는데, 먼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재스민(9.여).히수발(5)과 함께 이름표를 만든 박조영(15.서울 목동고1)양은 “아이들이 듣지 못하지만 눈빛과 손짓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낯설지 않은 외국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름표를 만든 뒤 팀원들은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수화(手話)로 공연했다. 이 공연은 수화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류진(19.서울여대1)양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학기 중이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팀원이 모여 손발을 맞춰 보긴 힘들었다. 걱정이 된 봉사팀은 태국 공항에서 대기할 때도, 인도에 도착해서도 잠잘 시간을 쪼개 연습을 했다. 노력의 결과였을까, 공연 내내 아이들은 큰 눈을 반짝이며 손짓에 담긴 뜻을 읽으려 노력했다. 공연이 끝난 뒤엔 수화도 가르쳤다. 팀장을 맡고 있는 김병우(24.건국대3)씨는 “한국과 인도의 수화가 다르긴 하지만 마음은 전달된 것 같아 만족한다”며 “청각장애라는 점을 감안해 촉감과 동작 위주로 수수깡집 만들기.운동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봉사팀은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와 세계청년봉사단(KOPION.총재 손병두)의 지원을 받아 18일부터 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청각장애학교 외에 섬마을 의료봉사, 복지시설 정문 고치기 등을 한 뒤 27일 귀국한다. 서벵골=원낙연 기자